KBS1 독립영화관은 독립영화가 가진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합니다. 독립영화만이 가진 자유로운 사고와 강렬한 에너지를 만나다!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특별하고도,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작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립영화만이 갖고 있는 자유로운 사고와 강렬한 에너지를 <독립영화관>이 보여드릴 것입니다.
영화관에서도, TV에서도 쉽게 볼 수 없었던 독립영화와 시청자의 적극적 만남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KBS1 독립영화관 매주 토 00:10 방송 / 진행: 이상협 아나운서
작품소개
너같은 사람 & 뒤로 걷기
# 너 같은 사람 Someone Like You, 2018
- 연출/각본 : 오혜주
- 출연 : 우지현, 김해나, 곽민규
- 촬영 : 양주희
- 미술 : 이혜린
- 편집 : 권은지
- 음악 : 김은희, 윤진영 (루모스뮤직)
- 시간 : 24분
- 장르키워드 : 드라마
- 프로듀서 : 김태은, 강주희
- 제작년도 : 2019년
- 연출의도 : 한국에서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 관계 맺음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한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요.
"너 같은 사람"의 줄거리
영어회화학원에 면접을 보러 간 해나는 그 곳에서 고등학교 동창 승혁을 만난다. 해나를 잘 아는 것과 같은 승혁과 달리 해나는 승혁에 대한 기억이 없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내역
제8회 광주독립영화제 초청작 (2019)
오혜주 감독 필모그래피
2013 < 보고야 말았다 >HD, Color, 11min
2019 < 너 같은 사람 > HD, Color, 24min
영화에 대해 궁금한 것들 - 오혜주 감독과의 지면 인터뷰
Q. <너 같은 사람>의 시나리오도 직접 쓰시고, 연출도 하셨습니다. 이 작품을 연출한 계기는?
A. (이하 오혜주 감독) 학교 졸업 작품으로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시나리오를 쓸 당시 타인을 ‘어떤 종류의 사람’일 거라 단정 짓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우리는 어떤 한 사람이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를 잊은 채 나에 대해 타인에 대해 그런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도 그렇고요. ‘너 같은 사람은 이렇지’라고요. 그리고 그런 판단이 서게 되면 그 타인을 어떻게 대할지 정하게 되죠. 그런 관점에서 영화를 만들고 제목도 정하게 되었습니다.
Q. 연출의도에 ‘관계 맺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주인공 해나와 승혁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신다면?
A. 해나와 승혁은 고등학교 동창인데요. 같이 과외를 받던 친구로 크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어요.
Q. ‘관계 맺음’에 대해 감독님은 어떤 걸 해 보고 싶으신가요?
A.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아요. 하지만 관계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딱히 뭔가를 해보고 싶다기보다 그런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Q. 영어 학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어떤 면면을 담은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 대한 말씀해주신다면.
A. 실제로 영어 회화 학원에서 강사로 일 한 경험이 있어요. 회화 수업이다 보니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다들 다른 이유로 영어를 배우지만 공통점이라면 막연하게 영어를 잘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영어를 못하는 것에 대한 열등감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아무래도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영어에 필요 이상으로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요. 특히 곽민규 배우가 연기한 ‘우영’은 실제 한 학생 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Q. 주인공 해나는 김해나 배우가, 승혁은 우지현 배우가 연기합니다.
A. 김해나 배우, 우지현 배우 두 분 모두 여러 작품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는데요. 실제로 두 분을 만났을 땐 영화에서 부족한 부분을 연기로 많이 채워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촬영이 들어가고도 너무 감사히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Q. 두 사람의 첫 만남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의실에 혼자 있는 해나를 보고 승혁은 머리를 다듬는데 어떤 의미일까요?
A. 어떻게 보면 ‘복수’를 하고 싶은 상대에게 단순히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Q. 해나와 승혁의 과거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요?
A. 영화에선 승혁의 대사로 가볍게 처리되긴 했는데요. 성적이 좋지 않은 승혁을 해나가 과외에서 내쫓으려고 했고 다른 친구들에게 설문지까지 돌리면서 괴롭힌 과거가 있다고 설정했습니다. 해나가 승혁에게 어떤 악의가 있어서라기 보단 한국의 학교에선 성적에 따른 차별이 워낙 당연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물론 결과적으로는 폭력적이었지만요.
Q. 두 사람의 과거 장면은 현재의 모습과 다른 느낌입니다. 누가 떠올린 과거인가요? 편집 포인트, 느린 화면 처리 등 특별히 의도한 점이 있는지.
A. 영화 속에서 보이는 과거의 장면은 해나의 기억이라고 생각하고 연출했습니다. 승혁을 만나고 승혁의 이야기를 들으며 갑자기 떠오른 과거의 장면인 것 같아요. 해나가 승혁과 얘기를 나누며 과거를 떠올리는 장면은 촬영, 편집을 할 때도 사실 확신이 서지 않았던 부분이었는데요. 편집을 특별히 의도했다기 보단 캐릭터의 확실치 않은 감정과 상태를 묘사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것이 결과적으로 묘하게 읽히게 된 것 같아요.
Q. “어떻게 기억을 못하지?”라고 승혁의 대사가 있습니다.
A. 승혁이 구구절절 설명을 하면서 번뜩하고 기억이 나긴 했지만 승혁처럼 생생히 기억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승혁이란 아이도 잘 기억이 나지 않겠죠.
Q. 감독님이 생각하는 승혁은 과거에 어떤 아이였고,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인물인가요?
A. 승혁은 한국 사회에서 제시하는 길을 충실히 따라온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길에 완전히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우월감을 또는 열등감을 느끼는 인물인 것 같아요.
Q. 승혁을 중심으로 볼 때 영화는 마치 블랙코미디 같기도 합니다. 웃고 있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여요. 승혁을 연기한 우지현 배우가 어떻게 연기해주길 바랐는지?
A. 해나에 비해 승혁은 원하는 바가 확실하지만 그걸 완전히 드러내지 않았으면 했어요.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해나의 반응에 당황하면서도 표현하지 않고, 역시 상처 받았지만 티가 나지 않는 장면들이 많죠. 이런 초반부와 달리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좀 더 드러내게 되지만 그마저도 완전히 솔직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Q. 영화가 끝나갈 무렵 해나가 승혁의 아내에게서 건네받은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었나요?
A. 승혁이 주지 않은 돈을 건네줬습니다.
Q. 우지현 배우전으로 <너 같은 사람>을 방영하게 되었습니다. 촬영하면서 우지현 배우와 어떤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셨나요.
A. 앞서 얘기한 ‘승혁’이 어떤 인물이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가장 많이 얘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특히 후반부의 아파트 장면은 촬영 직전까지 고민이 많았던 부분인데 우지현 배우와 김해나 배우의 많은 도움을 받아 완성할 수 있었어요.
Q. 우지현 배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연출하면서 미흡한 부분이 많았고, 확실치 않은 요구사항을 드린 적이 많았음에도 영화의 매우 큰 부분을 채워주신 데에 항상 감사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사실 죄송한 마음에 연락을 못 드렸는데 이 기회를 빌려 감사와 응원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Q. <너 같은 사람>을 연출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건 무엇이었나요?
A. ‘해나’의 이야기로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관객이 승혁과 우영이라는 캐릭터 또한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우영이 해나를 붙잡고 얘기하는 장면을 좋아해요. 전체 영화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Q. 연출자로서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A. <너 같은 사람>을 만들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항상 전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왜 그렇게 대하는지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또는 왜 그렇게 대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요. 요즘은 영화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새로운 글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드는데요. 올해 안에 시나리오 한 편을 완성하려고 목표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너 같은 사람>을 보는 시청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영화 속에 워낙 담고 싶은 게 많았던 터라, 보시는 시청자분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너 같은 사람>은 영화 속 주요 인물을 연기해준 배우들의 덕을 굉장히 많이 봤다고 생각하는데요. 시청자분들이 배우들의 연기를 즐겁게 봐주시기만 한다면 전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 뒤로 걷기 Walking Backwards, 2020
- 연출/각본 : 방성준
- 출연 : 우지현, 문혜인, 최문기, 한상철, 강애심, 김자영, 변중희
- 촬영 : 김영국
- 조명 : 강경근
- 미술 : 박수민
- 편집 : 한지윤, 신용식
- 음악 : 진대원
- 시간 : 32분
- 장르키워드 : 드라마/로드
- 프로듀서 : 이윤주
- 제작년도 : 2020년
- 제작지원 : 인천영상위원회, 파울러스
- 연출의도 : 뒤로 걷는 쓸모없는 일에 대해
"뒤로 걷기"의 줄거리
어느 날, 시헌에게 일본인 료타가 찾아와 죽은 엄마의 패물을 찾으러 가자고 한다. 일본말을 조금 하는 친구 예진의 합류로 셋의 보물 찾기가 시작된다.
영화제 상영 및 수상내역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감독상 (2020)
제8회 인천독립영화제 감독상 (2020)
제8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작/코리안디아스포라 (2020)
제20회 전북독립영화제 초청작 (2020)
제14회 여성인권영화제 본선 (2020)
제22회 부산독립영화제 로컬투로컬 (2020)
제22회 정동진독립영화제 단편 초청 (2020)
제19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 (2020)
제2회 제주혼듸독립영화제 혼듸 초청 (2020)
제8회 브뤼셀한국영화제 초청 (2020)
제9회 광주독립영화제 초청 (2020)
방성준 감독 필모그래피
2016년 <목련에 대하여>를 연출해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 2018년에는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으로 제19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고, 제18회 전북독립영화제 관객상 등 많은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2019년 다큐멘터리 장편영화 <함바>를 연출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19 <함바> HD, color, documentary, 72min
2018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HD, color, drama, 23min
2016 <목련에 대하여> HD, color, drama, 27min
"뒤로 걷기"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리뷰 (글: 나원정)
을왕리 해변에서 배달을 하는 서른두 살 시헌은 곧 늦깎이 대학생이 된다. 식당 이모들의 축하를 받던 어느 날 처음 보는 일본인이 찾아와 엄마가 죽었다고 말한다. 서른인 료타는 시헌이 어릴 적 도망간 엄마가 일본에서 새로 꾸린 가족의 아들이다. 처음 만난 형제는 시헌의 동네 친구 예진과 함께 엄마의 패물이 묻혀 있는 차이나타운 옛집을 찾아간다. 떠나보낸 가족의 숨겨진 삶을 되짚는 건 방성준 감독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다. 단편 <목련에 대하여>(2017)에선 아들이 아버지의 영혼을,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2018)에선 어머니가 죽은 아들의 시(詩)를 만나며 살아갈 온기를 얻는다. <뒤로 걷기>는 시헌이 외면해 온 유년기를 돌아보는 로드무비다. 인천에서 영화를 찍어 온 감독의 애정 어린 시선이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새삼 일깨운다. (나원정)
"뒤로 걷기" 제22회 부산독립영화제 프로그램노트 (글: 구형준)
한 명의 어머니. 두 명의 아들. 각자 다른 아버지. 일본과 한국이라는 각자의 국적과 언어, 문화와 상황,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각자의 기억. 그리고 여기에 어촌, 차이나타운, 외곽 등 인천이라는 도시의 성질. <뒤로 걷기>에는 이처럼 여간해서 한 영화 속에 녹아들기 힘든 여러 문화, 정치, 역사, 공간적 성질들이 뒤엉켜있다. 대체로 강탈-코미디 장르를 느슨하게 차용하고 있는 이 영화는, 장르문법 아래로 무수한 맥락을 엮어내며 인천, 혹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21세기 청년세대의 동시대적 초상을 그려낸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살며 타인은 대체로 우리와 무관한 존재일 따름이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가? 잠시만 뒤로 걸어보면 달리 보이지 않을까? <뒤로 걷기>의 작은 질문이다. (영화평론가 구형준)
영화에 대해 궁금한 것들 - 방성준 감독과의 지면 인터뷰
Q. <뒤로 걷기>의 시나리오도 직접 쓰시고, 연출도 하셨습니다. 이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A. (이하 방성준 감독) 누군가와 죽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이상하게 살아갈 힘을 얻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기억이 여전히 살아서 제게 미치는 영향을 조금은 유쾌하고 쿨하게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Q. 영화가 시작하고 라디오 멘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노을은 무용하다, 유년을 기억하는 일도 무용하다, 시도 무용하다’라고 합니다. 첫 장면은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A. 표면적으로 망자를 기억하는 일은 현재 어떤 사건에도 물리적인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무용(無用)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그 무용한 일이 ‘이상한 힘’을 얻어 의미를 갖게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주제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앞에 풀어놓고 싶었습니다.
Q. 첫 장면의 음악과 카메라 앵글, 편집이 주는 에너지는 경쾌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연출하고자 했나요?
A. 연출의 목표는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절절대지 않고 쿨하게 관객에게 던져주는 영화이고 싶었습니다.
Q. 연출의도에 ‘뒤로 걷는 쓸모없는 일에 대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뒤로 걷기’는 꽤 쓸모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료타의 말처럼 “왔던 길을 기억해 둘 수 있어서”요. ‘뒤로 걷기’를 통해 영화 속에 어떤 걸 담고 싶으셨나요?
A. 기억과 기록에 대한 의미를 찾고 싶었습니다.
Q. 평소에도 ‘뒤로 걷기’ 하시는지?
A. 안 하는 것 같습니다. 하하
Q. 주인공 시헌은 우지현 배우가, 예진 역에는 문혜인 배우, 료타 최문기 배우가 출연합니다. 세 배우의 캐스팅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A. 시헌 역할의 우지현 배우는 똑똑하고 영리하게 현장을 장악하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팬이었기에, 시나리오를 쓰자마자 바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혹시나 거절하지 않을까 시나리오 상 ‘지현’으로 썼던 이름을 작대기 하나씩 빼서 ‘시헌’으로 드렸습니다.
예진 역의 문혜인 배우는 워낙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동료이자 배우이기에 <뒤로 걷기>의 시나리오 구상 단계부터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 무렵, 영화에서 보던 모습과 다른 문혜인 배우의 유쾌함과 웃음소리가 눈에 들어왔는데, 약간 도전처럼 그 모습을 영화에 가져와 보고 싶었습니다.
료타 역의 최문기 배우는 제가 생각했던 처음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분이어서 많이 머뭇거렸습니다. 제가 시나리오를 쓸 때 그렸던 이미지는 일본 배우 ‘카세 료’ 같이 수수한 모습인데, 약간 강한 인상이었다 할까요. 하지만 오디션 중 보여준 연기가 제가 그려왔던 료타 역할의 이미지를 뺏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강렬했고,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셔서 주저 할 것 없이 원래 캐릭터 이름이었던 ‘야스이’를 버리고 ‘료타’로 바꿔 캐스팅을 제안했습니다.
Q. 영화에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인천공항, 비행기, 차이나타운 등 영화 속 미장센을 통해 어떤 이미지를 담고자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어머니가 영종도에서 식당을 운영하신 적이 있어서 종종 영종도에 가곤 했는데, 그 때마다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영종도를 오가는 사람은 대부분 인천공항을 이용하기 위함이었는데, 잠깐 동안 그 섬에 머무는 사람들과 다르게 ‘이곳에서 생계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라는 생각을 종종했었습니다. 그 대비가 살아남기 위해 더 아등대는 움직임 같아 마음이 좋진 않았지만 더 귀했습니다.
다양한 언어를 쓰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히 재밌는 상황을 연출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인천은 적절한 공간성을 갖고 있었고, 그 맥락에 알맞은 재미있는 장면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Q. 우지현 배우전으로 <뒤로 걷기>를 방영하게 되었습니다. ‘시헌’은 우지현 배우 그 자체로 보이기도 합니다.
A. ‘시헌’은 영종도라는 섬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내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로 저 비행기로 오가는 여행객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마터면 날려버렸을 대사들을 우지현 배우 덕에 애정을 갖고 살린 부분이 많습니다. 영화의 장면들을 훌륭하게 소화해, 끝까지 진짜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문기 배우가 연기하는 료타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장면은 우지현 배우가 연기로 많은 부분을 채워주었습니다.
영화에 관해 주로 이야기를 나눈 부분은 마지막 장면인데, 어느 정도의 감정으로 이 장면을 그려낼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서로 많았습니다. 현재는 지현 배우님 쿨한 표정이 그 대답이 되어서 멋진 장면이 완성되었습니다.
Q. 우지현 배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뒤로 걷기> 시헌이 되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배역을 통해서 보길 바랍니다. 더, 멀리 멀리가세요 배우님. (덕 좀 보게...) 사랑합니다.
Q. 료타는 등장하자마자, 시헌에게 ‘엄마가 죽었다’고 말합니다. 료타는 시헌을 이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나요?
A. 네, 일본으로 넘어간 엄마가 종종 영종도에서 일하는 시헌을 몰래 보고 돌아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헌의 안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게의 위치나 현재의 모습 모두 엄마에게서 알게 되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Q. 시헌과 료타가 찾는 ‘패물’은 어떤 의미일까요?
A. 전부 가짜지만, 그들이 찾았을 땐 다른 의미가 생기는 진짜이길 바랬습니다.
Q. 시헌, 예진, 료타. 영화 속에서 세 사람이 주는 에너지가 기분 좋게 느껴집니다.
A. 영화를 찍으며 배우들 모두 너무 신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즐겁고 재밌고 이런 기억들이 가득해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유쾌한 장면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찍을 때, 이들의 3샷을 잘 담아내고 싶다는 것이 목표였는데, 현장에서 다들 너무 친해서 너무나 수월했습니다.
Q. 시헌에게 이모들 역시 중요한 관계로 느껴집니다. 강애심, 김자영 배우가 출연하는 ‘이모’는 평소 시헌과 어떤 관계일까요?
A. 평소 어머니가 일하는 가게에서 제가 ‘이모’라고 부르던 분들이 영화 속에 형상화 되었는데요, 그 때는 몰랐지만 많은 분들이 ‘대안가족’이라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아마 그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뒤로 걷기>를 연출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건 무엇이었나요?
A. 첫 오프닝 장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슈퍼와 바닷가 식당으로 이어지는 활기를 놓치면 이 영화의 세계가 흔들린다고 생각해 배우들의 앙상블과 에너지를 지키려 촬영을 들어가면서 박수도 치고 함성도 많이 질렀던 것 같습니다.
Q. 감독님의 <목련에 대하여><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함바> 등 작품별로 소재와 연출 스타일이 다릅니다.
A. <목련의 대하여>의 경우에는 아버지의 죽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찍었던 것 같고,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은 그 죽음에 대한 보편성에 끌려,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언덕은 곧 살아남는 사람들이 넘어야 할 부분이고, 언덕은 물리적인 힘. 스스로 다리를 이끌고 올라야 하며, 각자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함바>는 그저 아버지의 죽음 이후, 기록했던 가족들의 영상을 매듭지었던 것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영화와 삶이 너무나 일치해 그것을 떨어트리기가 너무나 힘들었지만, 현재는 삶과 영화가 따로 떨어져 영화를 잘 연출해 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물론 여전히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지만, 제 안에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야기라 생각해 앞으로 당분간 재미있는 이야기, 관객에게 즐거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Q. 평소 영향을 주로 받는 예술 분야가 있다면?
A. 여전히 시를 좋아합니다. 예전처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시는 여전히 저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최근에는 심보선 작가의 [오늘은 잘 모르겠어] 중 ‘형’, 최승자 작가의 [이 시대의 사랑] 중 ‘올 여름의 인생공부’라는 시를 인상 깊게 봤어요.
Q. 연출자로서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A. 덜 멀쩡한척하고 솔직하게 사는 것입니다. 영화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에 지나치게 정갈하고 깨끗합니다. 실제로 저는 그렇지 않은데, 저와 영화의 사이에 간극을 느끼시며 당황 혹은 실망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영화는 제 이상향이기에 되고 싶은 삶이지 현재의 제 모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 이상향과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며 죽고 싶은 게 소망입니다.
Q. <뒤로 걷기> 이후 근황을 전해주신다면?
A. 영진위에서 지원을 받아 장편 독립영화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잘 되길 기도해주세요!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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